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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그동안 소중히 모아온 절세계좌의 매력이 반감됐죠. 이 와중에 새로운 절세목적 투자처로 '커버드콜(Covered call) ETF'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커버드콜 상품은 특별한 운용전략으로 다른 ETF보다 훨씬 높은 배당수익률을 자랑합니다. 게다가 여기서 나오는 배당금 상당부분은 다른 해외 배당금과는 달리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라고 하네요. 배당도 많이 주고 절세 혜택까지 있으니, 솔깃하지 않으신가요?
실제로 세법 개정안 시행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 배당테마 ETF를 적립식으로 모아가던 투자자들의 배당테마 ETF 매도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빠져나간 자금은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하는 ETF로 몰리고 있죠.
하지만 정말 이 커버드콜 ETF가 만능일까요? 투자자들이 잘 모르는 커버드콜 ETF의 수익 창출 원리와 함께, 숨겨진 함정들을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 커버드콜 ETF의 수익 창출 원리
커버드콜 ETF는 주식 등을 보유한 상태에서 해당 자산의 '콜옵션'을 매도하는 투자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콜옵션(Call Option)은 미래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행사가)으로 특정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일종의 주식 매수 쿠폰 같은 개념이라 보시면 됩니다.
예를들어 현재 120달러인 엔비디아 주식(기초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 볼까요? 이때 '한 달 후, 130달러(옵션 행사가)에 이 주식을 살 수 있는 쿠폰(권리)'을 다른 투자자에게 5달러에 판매하는 것. 이것이 바로 커버드콜 전략입니다.
이 경우 여러분은 옵션 프리미엄인 5달러를 즉시 수익으로 얻게 되죠.
커버드콜 ETF는 이러한 전략을 자동화한 상품입니다. 이 상품은 기초 자산(주로 주가지수나 개별 주식 등)을 보유하는 동시에 해당 자산의 콜옵션을 지속적으로 매도합니다. 옵션 매도로 발생하는 프리미엄 수익이 투자자들에게 배당 형태로 지급되는 것이죠. 이런 구조 덕에 일반적인 주식형 ETF보다 높은 배당 수익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 절세효과도 있습니다. 커버드콜 ETF 배당수익의 원천은 옵션 프리미엄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보유한 기초자산에서 발생한 배당금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여기서 옵션 프리미엄으로 발생한 수익은 해외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벌어들인 배당수익은 훗날 절세계좌 만기 시점에 분리과세를 받을 수 있죠. 이전처럼 복리효과를 '풀가동'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옵션프리미엄 수익 비중이 높은 커버드콜 ETF일수록 세금이 덜 떼이는, 온전한 액수의 배당금을 확보할 수 있고요. 이를 토대로 만기까지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높은 배당과 절세 효과만 보고 커버드콜 ETF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커버드콜 ETF이 활용하는 콜옵션은 일종의 파생상품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다른 투자상품에 비해 상품 구조를 이해하기 쉽지 않은 데다, 파생을 활용하는 만큼 변동성에도 취약한 편이죠. 그렇기에 지금의 시장 상황과 옵션 전략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신중하게 투자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 커버드콜 ETF의 숨겨진 위험요소(상승장에도 제한된 상방)
커버드콜 전략의 가장 큰 단점은 콜옵션 전략 특성상 수익의 상방이 제한되어 있다는 겁니다. 주식시장 전체가 가파른 상승장이어도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주가가 120달러인 엔비디아 종목을 한 달 뒤 130달러로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판매했고, 이에 대한 옵션 프리미엄으로 5달러를 벌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만약 한 달 뒤, 주가가 130달러를 넘어 180달러까지 상승하더라도 옵션 매도자는 130달러에 주식을 넘겨줘야 합니다.
5달러의 프리미엄 수익은 확보했지만 50달러의 추가 수익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죠. 결론은 상승장일수록 불리하다.
▶ 주식시장이 횡보 중이거나 하락장일 때는 어떨까요.
그렇다고 하락장일 때 하방을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커버드콜이 추종하는 기초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면, 그 손실을 맞게 되는 건 마찬가집니다.
120달러짜리 엔비디아 주식에서 5달러의 프리미엄을 받고 옵션을 매도했더라도, 엔비디아 주식의 가격이 95달러로 떨어진다면 여전히 20달러 손해가 발생하는 것처럼요. 기초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분을 옵션 프리미엄 수익으로 상쇄한다고 한들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 증권시장이 장기적인 하락세를 이어갔던 2022년, 많은 커버드콜 ETF들이 큰 손실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커버드콜 상품인 'TIGER 미국나스닥100커버드콜(합성) ETF'은 상장 이후부터 현재까지 매년 약 12% 수준의 시가 배당수익률을 기록했는데요.
그러나 2022년도 당시엔 두 달 만에 고점대비 40% 넘게 주당 가격이 떨어지기도 했었죠. 아무리 높은 배당수익을 제공해 준다고 해도 주가가 급락해 투자 원금을 그 이상으로 잃게 된다면 결국 '제 살 깎아먹기'의 모양새로 전락해 버릴 수 있는 것입니다.
▶ 비싼 총보수
커버드콜 ETF는 일반 ETF에 비해 총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기초자산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방식의 일반 ETF보다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죠. 옵션 프리미엄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옵션을 매도하는 등 다른 ETF에 비해 운용 비용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기초자산 미국 나스닥100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대표적인 상품인 'TIGER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는 0.0068%인데요. 반면 미국나스닥100을 기초자산으로 둔 커버드콜 상품인 'TIGER 미국나스닥100커버드콜(합성)' ETF는 0.37%에 달합니다. 같은 운용사에서 운용하는 상품인데도 차이가 꽤나 나는 편이죠?
누군가에겐 1년에 약 0.3%의 차이가 작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수익률에 있어 매번 지출되는 총보수도 적지 않게 영향을 끼치기 마련입니다. 가입유지 기간이 긴 절세계좌 특성상 장기투자를 하는 가입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 점도 함께 주의하셔야 합니다.
▶ 커버드콜 ETF 어느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인지, 그리고 어떤 전략으로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지?
1.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원하는 투자자: 커버드콜 ETF는 옵션 프리미엄과 배당 수익을 통해 정기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합니다. 특히, 국내 상장된 커버드콜 ETF는 매월 배당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아, 은퇴자나 은퇴를 준비하는 투자자들에게 유리합니다.
2. 해외 원천징수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투자자: 일부 커버드콜 ETF는 옵션 프리미엄 수익이 비과세 대상이어서, 세금 효율성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3. 시장 횡보 또는 완만한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 커버드콜 전략은 기초자산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기보다는 횡보하거나 완만하게 상승할 때 더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옵션 프리미엄을 통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